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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작가 갤러리 도원도
더운 여름엔 폭포를 찾아 나선다. 수락산 뒷쪽으로 숨어있는 이름모를 계곡 맑은 물소리 따라 한참을 오르니 폭포 소리가 제법 들린다. 먼저 시원한 물에 손을 씻고 발을 담그며 폭포 가까이 가본다. 사실 그림 소재 중 물그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속도감 있는 물줄기 표현은 더욱 내 실력에 의심의 여지없이 어렵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그려보자 결심하고 서너시간 꼼작 작업한들...... 덥다는 핑계와 모기가 문다는 핑계와 하루살이가 눈앞을 왔다 갔다 한다는 핑계들 모두합쳐서 오늘 그림은 망쳤다로 끝난다. 속 마음 무척이나 쓰리다. 언제쯤 폭포앞에서 당당히 붓을 들 수 있을까?
지난겨울 월정사 전나무 숲길엔 흰눈이 한무릅 만큼이나 쌓여있다.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발자국은 사이사이 골목길을 만들고 하늘로 통하는 햇살들은 전나무의 키만큼이나 긴그림자를 만들어 놓고는 포근한 눈밭에 화사한 빛을 발산한다. 조용한 겨울,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찾아나선 그날이 올 한여름 더위가 지나가는 계절에 서서 잠시 회상해본다. 키큰 전나무들의 하늘로 치솓은 높은 위상과 순결한 눈빛들 그리고 포근한 겨울 햇살...... 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항상 초라하기 그지없는 내 그림 작업들 ....
화선지 위로 한 꽃잎이 떨어진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봄바람이 예쁜 꽃을 시샘한다. 산 벚꽃 인 것 같다. 사실 난 그 나무 아래서 배꽃을 그리고 있다. 앞을 보아도 옆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온 천지가 배꽃구름에 덮여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태능 지나서 어느 마을이다. 이곳을 연속 이틀 다녀간다. 혼자보기 아까워 가족들과도 동행하였다. 봄꽃들은 피어나긴 어려워도 저버릴 땐 순식간이라 바라보기조차 안타까울 뿐이다. 배꽃을 내 방식대로 그리자면 하얀 꽃잎을 여백으로 남기면서 담묵의 작은 붓 텃치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손이 많이 가는 소재이다. 배나무와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등 또한 매화나무까지 나무 줄기와 꽃잎들의 모습( 원경 풍경화로서의 분위기 )이 엇비슷하여 각 특색을 정확히 알고 기본적이 스케치가 이루..
벽제쪽에서 고령산 자락에 됫박고개를 넘으면 보광사가 나온다. 신라 진성여왕 8년(984)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고려말에 무학대사가 머물렀다는 유서 깊은 절이다. 조선시대에 왕실의 원찰이 되면서 더욱 각광받았고 영조 임금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묘원 소령원(昭寧園)이 들어서면서 절 이름도 고령사(고령산사·高嶺山寺) 이었다가 보광사(普光寺)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숙빈 최씨는 궁중에 나인으로 들어가 숙종의 승은을 입고 왕자를 낳았으나 자식이 왕이 되는 것을 보지는 못한 채 죽었다. 그래서 왕이 된 자식의 애달픔과 추모의 마음이 더욱 깊어져 영조는 어머니의 사당과 묘원에 자주 행차한다. 보광사 대웅보전 편액은 영조의 친필이라 전하는데, 대웅보전 오른편 위쪽에는 아담한 어실각(御室閣)이 있고 숙빈 최씨의 영정과 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용주사는 사도세자의 영혼을 달래며 정조가 융릉(부친의 묘)의 이장지를 찾아다니던 중 보경스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사찰이다. 낙성식날 정조의 꿈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여 절 이름을 용주사(龍珠寺)라 했다고 전한다. 그리하여 용주사는 불심과 효심의 본찰로서 의의가 있다. 대웅보전의 현판은 정조의 친필이고 법당의 탱화는 김홍도의 작품이다. 국보인 범종은 작년까지 있었으나 올해는 박물관으로 이송되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창운 이열모 교수님, 대산 김동수 원로 화백님과 선후배 작가분 들과 함께 스케치 갔을 때 점심 공양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때의 나물반찬과 김치찌개의 토속적인 깊은맛을 잊을 수 없다. 그 후로 사찰 공양이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ㅎ..
나는 산수유 꽃을 즐겨 그리는 편이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봄을 찾아 떠난 스케치여행에 산수유 꽃을 놓칠 수 없다. 지리산 자락 산동을 바라보니 산수유 꽃 무리가 온 마을을 노란치마로 품고 있다. 은은한 분위기가 감도는 노란빛들이 봄을 찬란히 맞이한다. 계곡 시냇물에 그 별빛이 반짝인다. 옛날 중국산동성에서 시집 온 신부의 혼수품으로 심은 한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지금은 최대 생산지로 변모했다 한다. 마을경치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그리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이쪽저쪽 너무도 많은데.... ................. 눈물이 날 것 같다. 상위마을에서 바라보는 언덕위에서 준비해온 100호짜리 화선지를 펼쳐본다. 바람에 날릴세라 이곳저곳 눌러놓고 스케치를 시작한다. 먹선을 그리고 채색도 들어갔다...